Post

좋은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

좋은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

최근 좋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면 잘 내릴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 생각을 정리했다.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구체적 목표 설정, 리스크 평가, 정보 수집 등 고려해볼만한 여러 항목들이 있겠지만, 실무적 상황에서 그런 기초적인 내용들은 어느 정도 챙겼다는 가정하에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여 담론해 보고자 한다.

주의: 개인적 경험은 IT비지니스에 한하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는 모든 업계에 통용되진 않을 수 있다.

빠르지만 틀린 결정 vs 느리지만 올바른 결정

내가 비지니스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자. 그리고 내 앞에 선택지가 주어졌다.

  • 빠르지만 틀린 결정
  • 느리지만 올바른 결정

나는 주저없이 빠르지만 틀린 결정을 선택할 것이다.

어차피 비지니스에서 의사 결정할 아젠다는 많다 못해 흘러 넘치고, 항상 옳은 결정을 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설령 결정한 방향이 틀리더라도 실패로 인한 학습 데이터를 계속 쌓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확률이 높아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학습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속도가 방향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자일이나 린스타트업 원칙에서 이야기하는 빠른 실패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재미있게도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정반대로 의사결정을 최대한 미룰 수 있어야 좋은 아키텍처, 좋은 설계로 여겨진다.

그 까닭은 섣부른 기술적 결정은 미래의 비지니스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을 뿐더러, 크게 제한하지 않더라도 비지니스 요구사항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비용을 늘릴 수 있어서다. 기본적으로 기술적 의사결정이 너무 많이 내려진 소프트웨어는 유지보수가 어렵고 확장성이 떨어져 비지니스적인 요구사항을 비지니스 속도에 발맞춰 만족시키기 어렵다.

결정의 가역성

그러나 최근에 ‘비지니스 의사결정은 빠르게 내리는 것이 좋다’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된 계기가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이야기한 결정의 가역성이라는 개념을 접하고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내리는 의사 결정에는 2가지 종류가 있고, 각각을 1-Way-Decision과 2-Way-Decision 라 부른다.

1 Way Decision

1 Way Decision 이란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 결정이다.
마치 문을 열고 나오면 그 문이 없어져버리는 상황이라, 이런 상황에서는 틀린 결정이 매우 크리티컬 하다.

대규모 투자 유치,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 도입, 기술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비지니스 결정 등이 이에 해당된다. 되돌아가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실상 스타트업의 자원을 모두 고갈해버리는, 쉽게 말해 뒤가 없는 그런 결정들이다.

2 Way Decision

2 Way Decision 은 쉽게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결정이다.
제품의 작은 기능 개선이나, A/B 테스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프 베조스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은 2가지다.

  •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2 way decision 에 해당한다.
  •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실행하고 학습해야 한다.

1 Way Decision 과 2 Way Decision 을 가름하기

그렇다면 1 Way Decision 과 2 Way Decision 을 어떻게 하면 잘 구분해 낼 수 있을까?

  • 가역성만이 1 Way Decision 과 2 Way Decision 을 구분하는 기준일까?
  • 의사 결정을 하고 나서 돌아오는 동안 잃어버린 시간과 기회비용이 있을 텐데 그런 때에도 되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 사실 모든 기준은 조직의 관점에서 세우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정리된 생각을 그래프 프레임워크로 표현해보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레임워크는 후일 빠른 판단을 내리는 데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graph TD
    A["의사결정"] --> B["가역성 판단"]
    B -->|"되돌릴 수 있다 (Yes)"| C["리스크 크기 판단"]
    B -->|"되돌릴 수 없다 (No)"| D["1-Way Decision"]
    C -->|"리스크가 크다 (High)"| D
    C -->|"리스크가 작다 (Low)"| E["속도와 복잡성 판단"]
    E -->|"빠르게 실행 가능 (Yes)"| F["2-Way Decision"]
    E -->|"복잡하고 느림 (No)"| D

    D --> G["심사숙고 필요"]
    F --> H["빠르게 실행 후 피드백"]
    G --> I["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
    H --> J["실패 시 원복 가능"]

    classDef decision fill:#ffcccc,stroke:#ff0000,stroke-width:2px;
    classDef evaluation fill:#ccffcc,stroke:#008000,stroke-width:2px;
    class D,G decision;
    class A,B,C,E,F,H,I,J evaluation;

저 프레임워크에서 리스크 크기 판단이나, 속도와 복잡성을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조직의 몫이다.
예를 들어, 리스크 관점에서 다음 중 하나라도 YES 라면 ‘위험하다’ 고 판단할 수 있다.

  1. 이 결정이 실패하면 조직의 생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가?
  2. 결정 실패가 브랜드와 시장 신뢰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3. 복구 비용이 감당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큰가?
  4. 법적, 규제적 문제로 인해 심각한 운영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

1 Way Decision 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사 숙고 과정에서, 다른 창의적인 방법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지 혹은 복잡도를 낮춰 속도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다.

1 Way Decision을 어떻게 올바른 결정으로 만들까

1 Way Decision 과 2 Way Decision 을 잘 구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2 Way Decision 은 그냥 성공하든 말든 빠르게만 실행하면 된다 라고 하니 남은 질문은 하나다.

1 Way Decision 을 내릴 때 어떻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여기서부터는 답이나 대안을 제시해주는 사람이나 책은 없었고 오로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당연히 항상 올바른 결정을 100%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그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최대한 내/외부에 공유하고 제 3자의 의견과 피드백을 경청하는 것이다.
단, 여기서의 제3자는 우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외부의 새로운 시각은 우리가 놓쳤던 부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상자 안에 갇혀 있던 비지니스를 꺼내놓고 볼 수 있게 해준다. 전제가 붙는 이유는 그런 사람만이 우리의 이야기를 심사숙고하며 제대로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올바르지 못했던 1 Way Decision을 내렸던 경험을 반추해본다면 아래와 같은 케이스들이 있었다.

  • 어떤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렸을 때 몰랐던 숨겨진 리스크가 있었다.
  • 어떤 의사 결정은 잠재적으로 다른 의사 결정 기회를 제한하거나 빼앗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 무엇이었나를 떠올려 보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제 3자의 새로운 시각이 있었다.

덕분에 내가 잘되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자산이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하며, 반성도 하게 되는 것 같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