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시스템 구축 시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
퀀트 투자를 위한 자동 매매 시스템 구축 시 기술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4가지 요소(검증, 백테스팅, 간극 분석, 확장성)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퀀트 투자를 위해 자동 매매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단순히 “매수하고 매도하는 기능”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견고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은 고민이 필요하다.
직접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해보며,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4가지 핵심 요소를 정리해 보았다.
1. 전략이 의도대로 동작하는가 (엄격한 검증)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전략이 내가 의도한 대로 100% 동작하는가?” 를 검증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다.
단순히 삼성전자 한 종목을 샀다 파는 로직은 쉽다. 하지만 수십, 수백 개의 종목을 동시에 다루는 포트폴리오 단위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금은 한정되어 있는데 여러 종목에서 동시에 매수 신호가 발생한다면 우선순위를 어떻게 둘 것인가? 이미 보유 중인 포지션과 신규 포지션 간의 비중 조절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 골치 아픈 것은 시장 상황별 예외 처리다.
- 보유 종목이 거래 정지를 당했다면?
- 액면 분할이나 병합으로 가격이 급격히 변했다면?
- 갑자기 상장 폐지가 결정된다면?
- 리밸런싱 날짜가 휴장일이라면?
이런 엣지 케이스(Edge Case)들이 발생했을 때 시스템이 멈추거나 엉뚱한 주문을 내지 않도록, 검증 케이스를 매우 빡빡하게 짜야 한다. 검증된 케이스의 수가 곧 시스템의 신뢰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현실을 반영한 백테스팅 환경
백테스팅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전략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가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함정이다.
일봉 데이터는 구하기 쉽지만, 이를 기반으로 백테스팅을 하면 “하루에 딱 한 번 장을 들여다보고 거래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만약 장중 변동성을 이용하거나 특정 시간에 매매하는 전략이라면 일봉 데이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분봉 데이터를 쓰자니 데이터 양이 방대해지고, 일봉을 쪼개서 가상의 분봉을 만들면 실제 움직임과 괴리가 생긴다.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용도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 매매 수수료는 물론이고, 내가 원하는 가격에 체결되지 않아 발생하는 슬리피지(Slippage)까지 고려해야 한다. 수익률 그래프에서 이 비용들을 빼고 나면 우상향하던 그래프가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수적인 백테스팅만이 실전에서의 충격을 줄여준다.
3. 시뮬레이션과 실전의 간극 줄이기
이론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이라면 백테스트 결과와 실전 투자 성과의 차이(Gap)가 0에 수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왜 차이가 발생하는가?”를 추적하고 좁혀나가는 과정이다. 실전 투자를 병행하면서 백테스팅 결과와 매일매일 비교해보아야 한다. 체결 강도의 차이인지, 데이터 수신 지연 때문인지, 아니면 로직의 미세한 차이인지 원인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이 영역은 다른 IT 서비스 개발과는 다르게 시간(Time)이 곧 기술력이 된다. 시스템을 일찍 구축해서 오래 운영할수록, 실전과 시뮬레이션 사이의 괴리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곧 고도화된 시스템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얼마나 빨리 시작해서 얼마나 오래 부딪혀봤느냐가 시스템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4. 전략의 확장성 (유연한 아키텍처)
마지막으로, 마음껏 실험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을 아이디에이션하고, 기존 전략을 튜닝하고, 폐기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새로운 전략을 추가할 때마다 코드를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면, 그 시스템은 이미 죽은 시스템이나 다름없다.
- 새로운 지표를 쉽게 추가할 수 있는가?
- 매수/매도 로직을 플러그인처럼 갈아끼울 수 있는가?
- 종목 스크리닝 조건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가?
특히 종목 스크리닝(유니버스 선정)은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전략마다 추종해야 할 종목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미래 참조 편향(Look-ahead Bias)이다.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있는 정보로만 종목을 선정해야 하는데, 실수로 상장 폐지된 종목을 과거 데이터에서 제외해버리거나(생존 편향), 미래의 재무 데이터를 미리 끌어다 쓰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유연하면서도 엄격한 스크리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확장성의 핵심이다.
결국 퀀트 시스템 구축은 단순히 코드를 짜는 행위가 아니라, 불확실한 시장과 싸우기 위한 나만의 무기를 깎고 다듬는 과정이다. 기술적 견고함이 뒷받침되지 않은 전략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이 4가지 요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가는 것, 그것이 퀀트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