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시장의 파도를 타는 기술: 빅터 스페란데오의 통합 투자론

전설적인 투자자 빅터 스페란데오의 3대 투자 원칙과 1-2-3 추세 분석법, 그리고 기술적·기본적 분석을 결합한 통합 투자 전략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시장의 파도를 타는 기술: 빅터 스페란데오의 통합 투자론

최근 전설적인 투자자 빅터 스페란데오(Victor Sperandeo)의 투자 철학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트레이더 빅(Trader Vic)’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시장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해체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그의 방법론은 단순히 차트를 보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경제학, 심리학, 그리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결합된 하나의 완벽한 시스템에 가깝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빅터 스페란데오의 투자 원칙 빅터 스페란데오의 투자 철학이 담긴 도서 표지

생존을 위한 세 가지 기둥

스페란데오의 투자 철학은 세 가지 핵심 원칙 위에 세워져 있다. 그는 이를 우선순위에 따라 배치했는데, 흥미롭게도 가장 마지막이 ‘수익’이다.

  1. 자본 보전 (Preservation of Capital): 그는 위험 대비 보상 비율(Risk-Reward Ratio)이 최소 3배 이상일 때만 거래에 임한다. 시장 평균 대비 상대적 성과보다는 실제로 돈을 벌었는지(절대 수익률)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2. 일관된 이익 (Consistent Profits): 그는 작은 포지션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다면, 첫 포지션은 자본금의 10%인 500만 원으로 설정하고 손절은 해당 포지션의 10~20% 수준으로 잡는다. 만약 첫 거래에서 100만 원 손실을 본다면, 다음 포지션은 100만 원을 차감한 400만 원으로 줄이고 손실 한도 역시 낮춘다.
  3. 더 높은 수익률 추구 (Pursuit of Superior Returns): 확률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에만 선별적으로 포지션 금액을 추가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한다.

추세 전환을 포착하는 ‘1-2-3 규칙’

그는 시장의 추세를 단기(며칠~몇 주), 중기(몇 주~몇 달), 장기(몇 달~몇 년)로 나누어 분석했다. 스페란데오가 가장 주목한 것은 ‘중기 추세’이며,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추세 전환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1. 추세선 돌파: 상승 추세에서 저점들을 연결한 추세선을 가격이 하향 돌파해야 한다. 이때 추세선은 두 점 사이의 일봉을 통과해서는 안 된다.
  2. 전고점 경신 실패: 상승 추세라면 주가가 다시 상승하려 하지만 이전 고점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
  3. 직전 조정 지점 돌파: 주가가 이전 조정 시 형성했던 저점(상승 추세 기준)을 하향 돌파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그는 2B 규칙(Topping and Bottoming Rule)을 보조적으로 활용했다. 상승 추세에서 신고점을 형성한 후 바로 이전 고점 아래로 다시 내려오면 하락 전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기술적 지표의 활용: 필터링 시스템

그에게 보조 지표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도구였다.

  • 200일 이평선: 이 선 아래에 있는 종목은 매수하지 않고, 위에 있는 종목은 매도하지 않는다.
  • 10주/30주 이평선: 주가가 두 이평선 위에 있으면서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고 두 선의 기울기가 모두 상승할 때만 매수 신호로 본다.
  • 상대 강도 (Relative Strength): 상승 추세에서는 지수가 신고점을 낼 때 함께 신고점을 형성하는 강한 종목을 매수한다. 단, 고점 추격 매수가 아니라 조정을 받을 때 진입하여 좋은 매수가를 확보한다. 반대로 매도 시에는 상대 강도가 중간 수준인 종목을 선호하는데, 너무 강한 종목은 하락 폭이 적고 너무 약한 종목은 이미 많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오실레이터: 과매수/과매도 상태를 판단하는 경고 신호로만 활용하며, 이를 근거로 매매를 결정하기보다 시장 전환의 조짐을 보는 용도로 쓴다.

하이브리드 전략: 기본적 분석의 결합

스페란데오는 꾸준히 돈을 버는 사람은 결국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투자자라고 보았다.

  1. 가치 분석: 시장 지수의 PER, PBR을 먼저 확인해 전체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한 뒤 개별 종목을 비교한다.
  2. 이익 증가율: 주가는 이익 변화에 약 3개월 선행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최소 6분기 이상의 이익 그래프와 주가 상관관계를 확인한다. 강세장에서는 주가 변동률이 이익 증가율보다 높을 때만 매수한다.
  3. 재무 건전성: 강세장에서는 부채 비율이 낮은 기업을 매수하고, 약세장에서는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을 매도 대상으로 고려한다. 또한 항상 거래가 활발한 유동성 높은 종목을 우선한다.
  4. 혁신성: 신제품이나 서비스의 잠재력이 상식적으로 ‘대박’일 것이라 판단되면 손실 감당 범위 내에서 매수한다.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주식에 이러한 상승 명분이 있다면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거시 경제와 10가지 매매 원칙

그는 개별 종목 분석을 넘어 정부 정책(재정, 통화, 규제), 금리, 환율,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 요인을 추적하며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10계명을 제시했다.

  1. 거래 시작 전 명확한 목표와 계획 수립
  2. 종목은 5~10개 이내로 집중
  3. 철저한 추세 추종
  4. 의심스러우면 즉시 포지션 청산 (이익 극대화보다 손실 제한 우선)
  5. 공짜 포지션 확보: R/R 비율이 2배가 되면 손절가를 본절 위로 높여 리스크를 없애고, 3배에 이르면 일부 청산 후 손절가를 더 높인다.
  6. 약세장에서 매수하고 강세장에서 매도하는 역발상적 시점 고려
  7. 물타기 절대 금지
  8. 유동성 높은 시장에서만 거래
  9. 실수 분석을 통한 끊임없는 학습
  10. 완벽함보다 85%의 만족을 목표로 함

빅터 스페란데오의 가르침을 관통하는 핵심은 “수익은 시장이 주는 것이지만, 위험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기술적 분석을 완벽한 예언 도구가 아닌, 위험을 관리하고 확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도구로 정의했다.

판단이 틀렸을 때는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포지션을 청산하는 용기, 그리고 유리한 확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 그가 시장에서 수십 년간 생존하며 거둔 성과는 결국 이 평범해 보이는 원칙들을 철저히 시스템화하고 실천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