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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지(Kluge) 요약

, 뇌과학4 min read

저는 책을 펼치기 전에 이 책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으면서 클루지란 개념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떄문에, 이것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있을 수많은 의사결정의 순간들에 좀 더 진화심리학적 관성에서 벗어난 객관적 판단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이 책 요약은 제가 얻고자 했던 부분을 풀어내는 데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책을 직접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클루지(Kluge)란 무엇인가

제가 어렴풋이 알았던 개념부터 명확히 해봅시다. 클루지는 진화 과정 속에 자연 선택의 영향이 작용하면서 당시에 생존하는 데에는 유리했었지만,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그다지 쓸모 없는 것들을 총칭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안락함을 벗어나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선사 시대 때에는 총과 같은 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호랑이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거의 죽음을 의미했고, 두려움을 느끼는 기제가 있던 선조들이 많이 생존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손이 우리가 된 것이죠. 그러나 생존율이 매우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이 기제는 매우 쓸모 없는 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윤택한 생활을 누리는 데에 더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이렇듯 클루지는 우리가 진화해온 역사에 대해 통찰을 제공하는 한 편,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줍니다.

맥락과 기억

인간의 형편없는 기억력도 클루지에 속합니다. 인간은 컴퓨터와 다르게, 맥락 기억(Contextual Memory)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억력이 맥락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맥락에 의존하는 기억은 기억들에 우선 순위를 매겨 가장 유용할 가능성이 큰 정보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고 심지어 병렬로 탐색할 수도 있지만, 왜곡과 간섭이 일어나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인상깊었던 한 예로, 다음 단어들을 나열해주고 외우도록 한 다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해봅시다.

'침대, 휴식, 깨우다, 피곤한, 꿈, 깨다, 졸음, 담요, 졸다, 선잠, 코를 골다, 낮잠, 평화, 하품, 졸린, 간호사, 아픈, 법률가, 약, 건강, 종합 병원, 치과의사, 내과의사, 나쁜, 환자, 사무실, 청진기, 외과의사, 개인 병원, 치료'

'꿈'과 '잠' 중에 어느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을까? '치과의사'와 '의사' 중에 어떤 단어가 있었을까? 와 같은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옳은 답을 이야기 하지 못합니다(사실 저도 틀렸습니다).

인류가 맥락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게 생존에 더 유리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심지어 추론에 적합한 기억체계를 가지려면 진화의 과정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합다고 까지 이야기 합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편법(반복, 연상 기억법과 같은)들을 책에서는 제시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억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장소법을 추천합니다.

오염된 신념

인간은 어떤 사람을 특정 지을 때 자기 머릿속에 있던 것과 관련짓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향을 이용한 Focusing Illusion 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쉽게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지난 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습니까?"와,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을 A 집단에게 질문하고, B 집단은 순서를 바꿔서 질문했더니 A 집단이 훨씬 행복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즉, 초점을 낭만에 맞춤으로써 주관적인 생각을 조작한 것입니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사고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인간의 신념은 기억에 의해 매개되기 때문에 어렴풋이 의식하는 사소한 기억의 영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강력한 효과를 '정신적 오염'이라고 부릅니다.

정신적 오염은 많은 위에서 말한 Focusing Illusion 외에도, 친숙 효과, 앵커링 효과, 확증 편향, 후광 효과, 동기에 의한 추론 등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오염은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발생하고, 사실 인간의 크고 작은 대부분의 신념은 오염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선택과 결정

인간의 뇌는 예상 효용에 대해 둔감하고 돈을 상대적으로 계산하며, 돈보다 먹는 것을 탐닉하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으면서, 날아간 비용에 집착하고, 가격과 가치를 혼동하고, 틀을 짜기(framing에 취약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한탄스럽게도)선택과 결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것은 진화로부터 얻어진 틀에 박힌 일을 처리할 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반사 체계와 틀을 벗어나 생각할 때 유익한 숙고 체계가 뇌속에서 어중간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두 체계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조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결정이 편향되기 쉬운 상황들을 밝혀낼 뿐 아니라 이런 편향을 극복할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지혜로워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합니다.

언어의 비밀

언어는 그 자체로 아주 총체적인 클루지입니다. 책에서 수많은 근거들을 제시하지만, 여기선 생략합니다.

위험한 행복

행복은 그 정의가 무엇이든 쾌락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쾌락 감지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클루지 덩어리입니다. 단맛에서 쾌락을 느끼도록 진화된 인간은 칼로리가 없는 합성 캔디에도 쾌락을 그대로 느끼고, 비디오 게임은 통제감으로부터 행복감을 느끼는 인간의 감지 체계를 완벽하게 파고들어 일부 사람들에게는 삶 자체보다도 게임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지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도 않습니다. 앞선 데이트와 행복감의 예시처럼 맥락에 따라 좌우되기 떄문입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합리화와 자기기만을 통해 본인의 행복 측정기를 속이려고도 합니다.

심리적 붕괴

인간의 마음은 클루지들의 얄궂은 장난에 의해 쉽게 통제력을 잃고 무너집니다. 흥분의 순간에 너무 자주 반사 체계에 우선권을 넘겨주는 어설픈 자기통제 장치,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확증 편향, 근거가 있든 없든 자신의 신념을 옹호하게 만드는 동기에 의한 추론,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날 때면 그에 대한 불쾌한 과거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맥락 의존적 기억이 모두 클루지입니다. 인간의 마음 자체가 클루지스럽기 때문에 이렇게 취약하기 짝이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13가지 제안

누구나 자격의 유무와 관계없이 정보를 개시하는 정보화 시대에선 일단 믿고 나중에야 의문을 던지는 우리의 일반적인 경향은 정말로 위험한 것입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속기 쉬운 존재임이 분명한 데다, 내면에 대한 인지적 취약함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클루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13가지를 제안합니다.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우리가 집착하는 것과는 다른 생각이나 가능성에 대해 성찰할 수록 우리는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대안 가설들의 목록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99.9% 살균한 우유와 0.1% 세균을 포함한 우유는 완전히 같은 제품이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모든 문제를 하나 이상의 방식으로 되물어보는 것은 편향을 회피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3. 상관관계가 곧 인관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큰 신발을 신는 사람들은 역사와 지리에 대해 잘 안다는 통계가 있다고 해서, 내가 큰 신발을 신는다고 해서 더 똑똑해지지는 않습니다.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2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보다 평균적으로 더 신뢰할 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표본이 매우 작을 때조차, 그곳에서 발견한 유형에 대한 설명을 찾으려 합니다.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순간의 충동에 휩싸여 있을 때 좋지 않은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충동을 에상하고 미리 미래를 계획할 때 우리는 더 현명해집니다.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막연한 목표보다, 조건 계획을 세우면 성공할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겠다" 보다는 "감자튀김을 보면 그것을 멀리하겠다"가 더 목표를 이루게 해줄 가능성이 큽니다.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피로하거나 주의가 산만한 상태에서 생각하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승리의 조건이란 바로 적절한 휴식과 최대한의 주의집중입니다.

  8.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기회비용에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 아니면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사람들에게 해명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고, 관련 정보를 자세히 분석하고, 더 세련된(편향되지 않은) 결정을 내립니다.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어떤 것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잠시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즉각적 사고와 거리를 둔 사고를 함께 사용하면서 균형을 이룰 시간을 주기 위함입니다.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시간을 두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현대에서는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에 주의를 빼앗기는 것은 클루지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만 파라

    결정은 심리적, 신체적으로 많은 비용을 요구합니다. 가장 신중한 결정은 가장 중요한 선택을 위해 아껴야 합니다.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반응하기 전에 되도록 합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답하라 라고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요약을 끝내고 보니, 책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옮긴이의 말"에 이 책에 대한 요약이 정말 훌륭하게 잘되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옮긴이의 말"과 이 책의 미지막 장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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